오늘의 LP

2024. 10. 1. 23:58일상 2

 

지난 일주일 동안 지방 아들 녀석 엄마 집에서 들었던 음반들입니다.

아들 녀석 엄마 집이라고는 하지만 주인 떠난지 어언 아홉 달째.

할아버지만 한 달에 한 번 꼴로 내려와 청소 해주고 음악 듣다가 갑니다.

 

 

 

서울에서 들고 내려온 재즈 LP.

모두 Kevin Gray 가 마스터링 하고 Craft Recordings 에서 복각한 OJC (Original Jazz Classics) 음반입니다.

OJC 시리즈는 셀 수도 없이 많이 복각 되었지만 아마도 Craft Recordings 복각이 음질 측면에서 가장 탁월할 겁니다.

하지만 들어보지도 못하고 서울 갑니다.

 

 

Analogue Productions 에서 발매한 LP 세 장짜리 'Wonderful Sounds' 시리즈입니다.

첫번째 LP 앞면은 여성 보컬 그리고 뒷면은 클래식, 두번째 LP 앞면은 블루스 그리고 뒷면은 리듬앤블루스 R&B, 세번째 LP 는 앞면, 뒷면 모두 재즈.

클래식은 Reference Recording 에서 발매했던 곡들입니다.

 

가장 훌륭한 건 세번째 LP 뒷면에 수록된 남아공 트럼펫, 혼 연주자 Hugh Masekela 의 두 곡입니다.

Washington, D.C. 에 있는 Blues Alley 에서의 연주 실황녹음인.

두 번째 곡 Stimela (Coal Train) 의 가사는 정말 가슴 아픕니다.

남미비아, 탄자니아 등에서 끌려와 석탄광산에서 불량 주거, 강도 등 온갖 시련을 겪으며 일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하-아-

 

 

서울서 힘들게 들고 내려온 재즈 LP 를 듣지 못하고 서울 가는 까닭은 바로 이 Classic Records 에서 복각하였던 클래식 듣느라 흐-

왼쪽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은 시벨리우스입니다.

시벨리우스 답게 군더더기 loose end 없이 주제에만 집중하는 효율성.

 

오른쪽 라벨과 딩디의 피아노 협주곡 LP 정말 강추합니다.

니콜 앙리오트-슈바이처의 연주도 차분하니 뛰어나고.

조성진이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Concerto in G 를 연주했으면 어떨까 궁금합니다.

 

 

왼쪽 거쉬인 LP 정말 훌륭합니다.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들며 그 경계가 애매해지는.

미국 피아니스트 Earl Wild 의 연주도 완벽하고.

녹음은 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오른쪽 LP 는 작곡가, 지휘자 모두 러시아인인 곡과 연주입니다.

물론 하차투리안은 국적이 아르메니아이지만.

요즘엔 정말 접하기 힘든 곡들입니다.

 

 

왼쪽 오페라의 발레 음악 LP 정말 강추합니다.

연주와 녹음 때문에 그리고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이라.

 

그런데 오른쪽 LP 는 선곡이 정말 잔인합니다.

자코모 마이어비어의 곡과 슈만의 곡을 함께 싣다니.

마이어비어는 독일에서 태어난 유태인 오페라 작곡가입니다.

당시에는 아주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라고 알려진.

그리고 유태교 독실한 신자이기도 하고.

그런 마이어비어 오페라를 슈만, 멘델스존 그리고 바그너는 아주 심하게 비난하지요.

특히 바그너는 아애 대놓고 깎아내리기도 하고.

물론 유태인이라서 나찌 치하의 독일에서도 마이어비어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것을 금지시켰구요.

그런 슈만과 마이어비어의 곡을 함께 수록하다니 정말 생각 없는 선곡입니다.

하지만 음악은 음악일 뿐이라고 하니 ...

 

 

왼쪽 LP 는 유명한 서곡들 특히 von Suppe 의 경기병서곡이 실려 있습니다.

사실 주페의 서곡이 수록된 곡들의 반을 차지한다는 흐-

 

오른쪽은 제가 좋아하는 Faure 의 첼로 소나타 1번과 2번 그리고 시간을 채우기 위해 소품 세 곡이 실려있습니다.

뭐- 토르텔리에의 연주는 흠 잡을 수 없고.

사실 엘레지 Elegie 를 자주 듣습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라고 흐-

요즘엔 포레의 Après un rêve ("꿈에서 깨어나" 또는 "잠에서 깨어나") 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가 바로 Faure 의 Requiem 입니다.

미국서 공부할 때 제 영혼을 달래주던.

처음 미국 갔을 때 아버지께서 수업 따라가기 힘들면 녹음해서 들으라며 모노 카세트 녹음기를 주셨습니다.

그 모노 카세트 녹음기로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던 곡이 바로 Faure 의 Requiem 입니다.

 

 

왼쪽 LP 는 헨델, 바흐, 텔레만, 알비노니, 비발디, 마르첼로, 파헬벨의 유명한 곡들이 실려있습니다.

어느 때는 아주 조금 느리고 그래서 좀 더 끈적 끈적하게 연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 흐-

2001년에 발매한 음반을 2020년에 180 그람 중량반으로 복각 발매한 걸 구입하였습니다.

 

오른쪽  두 장짜리 LP 앨범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피아노 협주곡 "영웅" 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1970년대 후반 돈만 생각하고 아주 저렴하게 마구 찍어내던 앨범이라서 음질이 별로입니다.

그래도 요즘 연주와 비교해 들으려고 가지고 있습니다.

재생 음질이 별로이지만 연주기법 등을 파악해 비교하려고.

 

 

다음으로  라모 Rameau 의 이 두 CD 앨범 듣느라 이틀 걸렸습니다 흐-

왼쪽은 라모가 1745년에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작곡한 곡인데 워낙 좋아하는 곡이라서 여러 연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라모의 오페라 발레, 간주곡, 서곡 등 오케스트라 연주를 네 장의 CD 에 모두 수록한 앨범입니다.

라모의 오케스트라 연주 모음을 듣고 싶으시다면 이 앨범 하나로 종결 가능합니다.

필립스와 글로싸에서 발매했던 음반들을 모아 글로싸에서 하나의 앨범으로 발매하였던.

프란스 브뤼헨의 역작입니다.

휠체어에 앉아 지휘하던 마지막 모습이 제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연주는 당시 시대악기 즉 원전악기 연주라 긴장을 늦출 수 없을 만큼 훌륭합니다.

하지만 원전악기 연주라서 그런지 고역대에 비해 저역대가 좀 모자란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여튼 강-추-

 

 

그리고 들었던 클래식 CD 들.

왼쪽은 영국 트럼펫 연주자 앨리슨 발솜의  헨델, 바흐, 텔레만 등의 바로크 곡들을 수록한.

 

중간은 비발디의 첼로 소나타.

아주 아주 훌륭합니다.

강-추-

 

그리고 오른쪽 CD 는 알파 Alpha 에서 1998년과 2003년 사이에 발매했던 음반들에서 곡을 발췌해 수록한 음반.

녹음이 정말 훌륭합니다.

보나마나 녹음이 가장 잘 된 곡들만 발췌했을테니 당연하겠지만 흐-

 

 

아- 이 CD 정말 강-추-합니다.

원래는 Samuel Barber 의 Adagio for Strings 들으려고 구입했는데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 더 훌륭한 겁니다.

곡 자체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연주와 녹음까지도 정말 훌륭합니다.

그래서 Adagio for Strings 는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내면과 처한 상황을 정말 절묘하게 대비해 자신의 내면 심리를 잘 묘사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드름이 달린 성에 낀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이는 달빛에 빛나는 눈 덮힌 은빛 세상과 대검을 착검한 소총을 앞으로 내밀고선 일렬횡대로 "저-벅- 저-벅-" 다가오는 군인들의 발자국 소리.

제가 받은 느낌입니다.

강-추- 또 강-추-

 

 

시간의 나면 한 번씩 꺼내 듣고하는 음반들입니다.

왼쪽은 제가 좋아하는 남자가수 Bobby Darin 의 1960년 코파 카바나 실황 녹음 LP.

캬바레에서 노래 부르는 걸 녹음한 것이라 음악회 실황을 녹음한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Bobby Darin 의 신나는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아주 아끼는 음반입니다.

어릴 때부터 알았던 류마티스 열로 심장 판막이 손상되어 일찍 죽을거라는 알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자기를 키워준 어머니가 사실은 할머니이고 누나가 사실은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라는 가정사도 너무 가슴 아픕니다.

 

오른쪽은 쳇 앳킨스 기타 연주 음반을 Classic Records 에서 복각한 것이구요.

쳇 앳킨스는 쳇 앳킨스입니다.

토를 달 수 없는 흐-

 

 

왼쪽은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첫 영화 Diva 의 영화주제곡 음반입니다.

미국에서 살 때는 구하지 못하다가 한국에 와서 구했습니다.

윌헬미나 위긴스 페르난데스가 부르는 Alfredo Catalani 가 작곡한 오페라 La Wally 의 아리아에 빠져서 그렇게 찾았는데도 미국에선 구하질 못했습니다.

한국 와서 찾다가 프랑스에서 발매한 LP 를 중고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녹음이나 음질은 그저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

 

이 영화는 LA 와 베버리힐스가 만나는 교차로 베버리힐스 쪽에 있던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에서 보았습니다.

영화가 정말 이렇게 재미 있을 수도 있구나 감탄한 나머지 한 번 더 보려고 계속 앉아 있었는데 같이 간 이란 여자친구가 나가자며 일어서라고 하는 바람에 한 번 밖에 보지 못했던.

미장센과 그림, 나그라 Nagra 녹음기, 나카미치 드래곤 Nakamich Dragon 카세트 덱, 소품, 음악 모두 혼이 나가게 하더군요.

벌써 45년도 더 된 옛날 일입니다.

 

오른쪽은 The Honey Drippers 의 프로젝트 LP.

유명한 레드 제플린의 Robert Plant 가 블루스에 바탕한 락앤롤 음악을 하고 싶다며 Jimmy Page, Jeff Beck 등 쟁쟁한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한.

정식으로 앨범 녹음한다고 하더니만 이 프로젝트 LP 한 장으로 끝나서 너무나 안타까운.

미국에서 구입해 소중히 보관하며 한 번씩 꺼내 듣곤 합니다.

 

 

 

서울서 들고 내려왔던 재즈 LP 들은 다음에 와서 들어야겠습니다 흐-

분리수거도 내어 놓았고,청소랑 빨래도 해놓았으니 이제 컴퓨터 챙겨 백팩만 꾸리면 됩니다.

다음 번에 올 때엔 여름 침구 세탁해 넣어놓고 가을-겨울 침구 꺼내 놓아야겠습니다.

에어컨이랑 선풍기도 먼지 털어놓고.

서울 가서도 청소, 빨래 해야 하지만 그래도 아들 녀석 본다는 생각에 들뜹니다 흐-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기온이 오르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구름 몰려오고 북풍 불더니 시원해졌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낮에는 에어컨 틀어야 했었는데 거-참-

 

내일 서울 가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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