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LP
지방 아들 녀석 엄마 집에 온 이후로 날씨가 계속 나빴습니다.
오전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자욱했고 해가 나와 기온이 올라가면서 안개가 물러가기 시작하지만 높은 오존농도로 인한 대기오염 덕분에 하늘이 뿌옇고.
카메라 들고 나갈 날씨가 아니었습니다.
거기다 덥기 까지 하니 많이 걷지도 못했습니다.
꼭 죽을 것만 같아서 8천보 겨우 넘겨 걷고선 바로 들어오곤 했습니다.
음악만 듣다가 서울 갑니다.
그동안 들었던 음반들입니다.
먼저 Bill Evans 의 음반들입니다.
LP 는 1972년 연주회 실황 녹음이구요.
그런데 녹음이 정말 이상합니다.
Bill Evans 의 피아노는 왼쪽 뒷편에 그리고 Eddie Gomez 의 베이스는 오른쪽 "in my face" 식으로 제 얼굴 가까이에.
그리고 Eddie Gomez 의 분량이 Bill Evans 보다 많은 것 같구요.
CD 는 1959년 Bob Brookmeyer 와 Bill Evans 가 피아노 두 대로 연주한 "The Ivory Hunters"
Brookmeyer 의 피아노는 왼쪽에 그리고 Bill Evans 의 피아노는 오른쪽에.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이도 복각되었는데 이번에 구입한 CD 는 일본에서 고해상도로 마스터링 해 복각한 겁니다.
아- 여자 아이의 목소리를 가진 Blossom Dearie 의 LP 두 장입니다.
Verve 에서 발매한 여섯 장의 LP 중에서 선곡한 건데 겹치는 곡도 있습니다.
Bill Evans 가 재즈 피아니스트로도 정말 훌륭하다며 격찬을 하였지만 녹음은 피아노가 그리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Third Man Records 에서 찍은 LP 가 왼쪽 LP 보다 음질이 살짝 더 나은 것 같구요.
하지만 왼쪽 LP 에는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 더 많아 ...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When I Dream" 을 부른 Carol Kidd 의 음반입니다.
음질이 좋기로 유명한 Impex Records 에서 발매한.
Kevin Gray 가 마스터링 하고 RTI 에서 LP 를 찍었으니 음질 하나는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웬일로 세일을 다 하길래 구입하였는데 후회 중입니다.
Carol Kidd 의 목소리에서 나이가 느껴져서.
그냥 제 기억 속의 Caril Kidd 로 남았으면 ...
아- 이 구매는 실패입니다.
저는 Original Recording Group (ORG) 에서 복각한 이 LP 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음질 좋기로 워낙 유명한 Analogue Productions 의 LP 를 복각 판매하는 Acoustic Sounds 에서 다시 복각하였다고 하길래 구입하였는데 ORG LP 보다 훨씬 못합니다.
우선 중앙에 구멍이 제대로 뚤려져 있지 않습니다.
구멍이 제대로 뚤려져 있지 않으면 LP 를 재생하는데 왜곡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ORG LP 에 있는 보너스 트랙이 아깝게도 빠졌습니다.
혹시라도 이 LP 를 구입하시겠다면 꼭 ORG LP 로 구입하세요.
물론 찾기 엄청 힘들겠지만 그리고 엄청 비싸겠지만.
참고로 ORG LP 나 Acoustic Sounds LP 모두 Bernie Grundman 이 마스터링 했지만 ORG LP 는 RTI 에서 그리고 Acoustic Sounds LP 는 QRP 에서 제작하였습니다.
Pat Metheny 의 데뷔 앨범입니다.
1975년에 녹음하고 1976년에 ECM 에서 발매한.
베이스는 Jaco Pastorius 그리고 드럼은 Bob Moses 입니다.
두 사람 모두 Pat Metheny 만큼이나 전설적인 음악가이죠.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천년대 들어오면서 ... 그래서 올해 2024년에 ECM 에서 재발매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반복해 들었던 CD 입니다.
오른쪽은 낭만주의 작곡가 생상스와 오펜바흐의 곡들을 Camille Thomas 의 첼로 연주.
역시나 클래식의 easy-listening 답습니다 흐-
그런데 1788년 제작 페르디난드 갈리아노 Ferdinand Gagliano 첼로 음색이 선곡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약간은 둔탁한 듯한 두터운 음색이.
왼쪽은 The Chopin Project Trilogy 세 장짜리 앨범입니다.
이 음반은 일본음악재단에서 Stradivarius Feuermann 이라는 첼로를 대여 받아 녹음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첼로가 바로 쇼팽과 교류하던 프랑스의 첼리스트 Auguste Franchomme 이 소유했던 첼로이기도 합니다.
Franchomme 은 쇼팽의 피아노 곡을 첼로를 위한 곡으로 옮기기도 하였고 또 쇼팽은 Franchomme 을 위해 유일하게 첼로 소나타를 작곡하기도 하였구요.
그런 스토리에 착안해 시작한 작업입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음반입니다.참여한 연주자들도 훌륭하구요.
특히 피아노 연주자 Julien Brocal 의 반주가 훌륭해 피아노만 따라 듣게 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흐-
그리고 세 번째 CD 에는 우리나라 한재민 첼리스트가 참여했구요.
임윤찬 군과 둘이서 연습하며 난리 치던 한예종의 한지민 군 말입니다.
하여튼 강-추-
아- 참- 발췌한 한 장짜리 CD 도 있는데 값 차이도 얼마 나지 않으니 꼭 세 장짜리 앨범으로 구입하세요--
제가 요즘 열심히 듣고 있는 Jean-Guihen Queyras 의 첼로 연주입니다.
오른쪽은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앨범입니다.
처음에 들으면 에코 echo 라는 울림 잔향을 느끼게 됩니다.
녹음한 장소가 바닥이나 벽이 모두 돌로 된 석조건물 교회이기 때문에 울림이 심합니다.
하지만 Queyras 의 1696년 제작 Gioffredo Cappa 첼로의 따뜻하고 유려한 음색에 다 묻혀버리게 됩니다
몇 군데 조금 느리게 연주하기는 하지만 아주 훌륭한 연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끔 뭔가를 두드리는 듯한 tapping 소리마저 녹음이 되어 옥에 티입니다.
아마도 연주하다가 첼로를 툭- 툭- 쳤나 봅니다.
왼쪽은 C. P. E. Bach 의 유명한 첼로 협주곡 170번, 171번, 172번 중에서 170번과 172번입니다.
그런데 왜 171번 대신에 심포니를 수록했는지는 ...
이왕 Queyras 를 듣는 김에 Queyras 가 Isabelle Faust 와 Melinikov 함께 연주한 베토벤의 삼중주 곡들을 들어보고선 계속해서 Isabelle Faust 의 연주를 들어봅니다.
웬일로 Harmonia Mundi 레이블의 CD 를 14,000원에 세일하길래 잔뜩 구입하였습니다.
위 두 CD 는 Francois-Xavier Roth 지휘하는 Les Siecles 연주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과 5번 '운명'.
원전악기 연주로 아주 활기찬 연주입니다.
그런데 아래 왼쪽 Mussorgsky 의 전람회의 그림과 라벨의 왈츠가 명연주입니다.
제가 들어본 전람회의 그림 연주 중에서 최고일 듯.
강-추- 또 강-추-
교향곡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모짜르트 교향곡 제40번 G 단조.
제가 어렸을 때 천재만이 느끼는 삶의 고통과 탄식을 표현한 느낌을 받게 되어 계속 제일 좋아하는 교향곡입니다.
Harnoncourt 가 교향곡 39번, 40번 그리고 41번은 하나의 교향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 이후 세 교향곡을 묶어서 연주하는 것이 관례가 된 것 같습니다.
CD 두 장짜리 앨범인데 첫번째 CD 에는 교향곡 39번과 40번 그리고 두 번째 CD 에는 교향곡 40번과 41번이 실려있습니다.
그러니깐 교향곡 40번이 두 번 실린 셈.
하지만 Jordi Savall 은 첫째 CD 에서는 악기 편성을 달리해 클라리넷을 빼고 연주합니다.
소편성 교향악단이지만 녹음 장소가 현의 발성을 길게 그리고 저역대를 강조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예상보다 훨씬 더 두텁게 그래서 대편성으로 들립니다.
오른쪽 헨델 앨범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지휘지 Marc Minkowski 인데 ㅠ
즐겨 듣는 헨델의 메시아 LP 앨범들입니다.
왼쪽은 Neville Mariner 지휘의 The Academy of St. Martin-in-the Fields 연주.
느립니다 많이 느립니다.
현대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하지만 Elly Ameling 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가끔 꺼내서 듣곤 합니다.
최초로 빠르게 연주하는 헨델의 메시아가 바로 Colin Davis 가 지휘하는 London Symphony Orchestra 의 연주.
최고로 꼽는 연주는 Christopher Hogwood 이 지휘하는 Academy of Ancient Music 의 원전악기 연주와 Dunedin Consort 의 연주입니다.
저는 Christopher Hogwood 이 지휘하는 Academy of Ancient Music 의 원전악기 연주는 L'Oiseau-Lyre 에서 발매한 LP 박스세트를 가지고 있고 Dunedin Consort 의 연주는 고해상도 음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둘 다 강-추-
아- 제 영혼을 맑게 하려고 가끔 듣는 LP 입니다.
바로 마틴 스콜세이지 Martin Scorsese 감독의 영화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을 위해 Peter Gabriel 작곡한 앨범 Passion.
영화가 나온 다음에도 영화에 수록 되지 않은 음악이랑 좀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낀 곡들을 한참 후에서야 발매한 음반입니다.
영화는 1988년에 그리고 이 음반은 1989년에.
아프리카, 중동, 인도와 파키스탄의 악기와 멜로디를 차용하여 신서사이저와 함께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리고 스피커를 운동 (혹사) 시킬 때 아주 좋은 앨범입니다.
저는 믿는 종교는 없지만 예수께서 저희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밖혀 죽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받곤 합니다.
1989년에 Real World Records 에서 33 1/3 rpm LP 두 장짜리 앨범으로 발매한 것도 구입하여 가지고 있지만 얼마 전에 45 rpm LP 세 장짜리로 다시 발매하였기에 추가로 구입하여 가지고 있습니다.
맑은 영혼을 원하신다면 강-추- 흐-
내일 서울 집에 갑니다.
청소도 해 놓았고 빨래도 해 널어 놓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화분에 물 주고 면도 하고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이제 컴퓨터 끄고선 가방 꾸린 다음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좀 실컷 자고 싶은데 아침 6시만 되면 눈이 떠지네요 하-아-
그럼 서울에서 뵙겠습니다--